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 누리집 로고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콘텐츠 영역

[신한국(新韓國)시대를 연다<4>국가기강(國家紀綱)확립]모든일 원칙(原則) 적용때 밝은 사회(社會) 기약

도덕적 설득력없는 준법(遵法)강조 ‘무용지물(無用之物)’

1993.03.25 국정신문
인쇄 목록

박 상 섭(朴 相 燮)  <서울대(大) 교수>

정확한 조사보다는 일상에서 접촉하는 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점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 전체의 기강(紀綱)이 대단히 해이(解弛)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작게는 택시나 버스를 탈 때의 줄서기부터 국가운영에 이르기까지 원칙(原則)이라는 것들이 지켜지기보다는 편법과 비리가 더 많이 횡행하는 현실을 목도할 때 당연히 갖게 되는 생각이리라 여겨진다.

실상 우리의 현실에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원칙(原則)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처럼 여겨지고 생활상의 여러 가지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원칙론자(原則論者) 대우받아야

예컨대 ‘원칙론자(原則論者)’라는 말이 나쁘지는 않아도 좀 별난 종류의 사람이라는 의미를 풍기면서 사용되는 세태가 그러한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사실 모든 일에서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그러한 말조차 생겨나지 말아야 했을 것이다.

사회 안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될 것으로 여겨지는 원칙, 즉 규범(規範)은 법(法)과 도덕(道德)의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법이든 도덕이든 지켜지지 않을 때는 당연히 제재(制裁)가 따르게 되어 있다.

법은 국가가 강제력에 의한 제재를 바탕으로 그 준수를 요구하는 그러한 규범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도로 통제된 전체주의 사회가 아니라면 사람들의 행동을 일일이 다 강제력으로 규제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그 규범내용이 갖는 도덕적 설득력이 무게를 지님으로써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따르고 예외적으로 침범되는 경우에 국한하여 강제력이 어김없이 적용되어야 그 법규범은 효과적이 된다.

한 국가의 기강(紀綱)이 해이되어있다는 점은 간단히 말해 법이 법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여러 각도에서 새겨볼 수 있다.

우선 법내용이 도덕적 설득력을 별로 갖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법(法)은 그 사회의 가치규범(價値規範)

일정한 형식적 절차만 거치면 수없이 많은 법이 만들어지기도, 없어지기도 하는 시대에서 ‘법이 법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교훈은 별 설득력이 없다.

법이 법으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강제력의 적용이 있기 전에 이미 대부분에 의해 지켜져야 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는 제재가 확실히 따른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일반적인 믿음에 의하면 힘이 있을수록 제재가 따르지 않는 위반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법(法) 적용, 만인(萬人)에 공평해야

이러한 경우 법은 힘있는 사람들의 도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그러한 법을 경멸하는 행위를 하면서 수치심보다는 도덕적 자부심마저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상황이 생기게 된 것은 오랫동안 상당수 지도층의 인사들이 규범에 둔감해 있었고 정치권력이 이러한 상황을 시정했어야 했음에도 스스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자체의 유지를 위해 오히려 이러한 행위를 묵과내지는 조장, 심하게는 법을 앞세우면서 스스로 자행했던 점에서 연유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이 제대로 섰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냉전(冷戰)이후 본격화된 세계적인 경제전쟁 상황을 잘 견뎌나가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굳건히 확립되어야 한다.

그런데 부패(腐敗)한 정치관행(慣行) 때문에 자본주의가 원래부터 부패한 것처럼 오해되고 비판받았던 까닭에 우리 경제가 한때 크게 흔들렸던 것을 우리는 잘 기억한다.

만일 법이 제대로 서 있었다면 우리는 굳이 그러한 어려움을 꼭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다.

국가기강(國家紀綱)이 제대로 잡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이 서야한다.

법이 서기 위해서는 법이 당연히 갖추어야 할 위엄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법의 집행은 엄격하고 공정하여야만 한다.

아마 이것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즉 지금까지 온갖 불법(不法), 탈법(脫法) 그리고 편법(便法)을 통해 만들어진 부정과 비리의 유산을 그대로 둔 채 새삼스럽게 이루어지는 준법의 강조가, 그것이 아무리 진실된 호소일지라도 얼마나 큰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법은 그것을 어기는 것 자체에 대해 수치심을 갖게되는 그러한 기풍이 만들어질 때 가장 효과적인 기강확립의 수단이 된다.

준법정신(遵法情神) 생활화 해야

법이 단순히 공포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준수되기보다는 회피될 뿐이다.

따라서 법준수(法遵守)의 기풍이 마련될 수 있도록 법 자체와 그 집행방식을 개선하고 그 위반의 결과를 돌이켜 놓아야 할 것이다.

이것으로 바로 해이된 국가기강이 곧바로 재확립될 것은 아니겠지만 그 점에서 출발하지 않는 또 다른 방식으로는 준법(遵法)기풍, 즉 기강(紀綱)의 확립은 그 싹도 트기 어려울 것이다.

이전다음기사 영역

하단 배너 영역

지금 이 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