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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時論)]개혁의 눈을 더 높이 더 멀리

1996.01.22 국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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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은 선(姜應善)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노태우씨 비자금 파문을 둘러싸고 왜 이 사건이 터졌는가에 대해 많은 이유가 제시되고 있다. 여러가지 설(說)이 있지만 그 모든 추측에 공통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바로 금융개혁의 결과로 노씨 비자금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됐다는 점이다.

체감이 늦은 개혁성과

노씨 비자금이 세상에 알려지도록 한 일등공신이 금융실명제 같은 금융개혁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정부가 지금까지 실시한 여러가지 크고 작은 개혁조치들이 일반국민이나 기업들에게 아직까지 제대로 체감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의 의도와 국민의 이해간에 괴리가 생기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개혁에 대한 기대, 방법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개혁과 개선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임에도 현실에서는 양자가 혼재돼 있어서 더욱 문제인 것같다. 개혁이야말로 30여년간의 개발년대에 뿌리깊게 박혀 있던 부조리, 불합리, 비리의 원천을 뿌리째 손을 대는 수술이니만큼 당연히 환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그 효과를 인식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리리라 본다. 현재 개혁효과가 체감되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대목에 와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실시돼 왔던 개혁조치들은 대부분 과거 우리가 안고 있던 후진국적 부조리의 잔재를 정리하는 데 중점이 두어진 것 같다. 문제는 개혁조치들이 과거의 잘못을 정리하는데 치중돼 있어 마치 개혁의 목적이 과거 단절이나 보복 같은 인상을 국민들이 받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바로 이점이 국민들에게 혼돈을 야기시키고 있다.

미래를 지향하는 일은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쳐다봐야 하는 것이지 결코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 눈을 감은 채 미래만을 논할 수 없는 노룻이다. 다시 말해 ‘과거 따로, 현재 따로, 미래 따로’ 같은 일은 있을 수 없다.

아마 지금까지 이루어진 몇가지 가시적인 개혁조치들의 예를 들어보면 이 점이 쉽게 이해되리라 믿는다. 먼저 깨끗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공직자 재산공개를 실시한 것이 얼마나 우리 사회 지도계층의 도덕심을 고취시키는 데 기여한지 모른다. 당장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이 재산공개제도가 얼마나 효력을 발생했는지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개혁은 전편에 불과

특히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한 선거법 개정은 개혁의 효과가 엄청난 것임에도 아직 구체적으로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지 않고 있기에 실감이 나지 않으리라 본다. 이외에도 지방자치제 실시나 교육개혁 같은 조치는 역대 정권들이 용기가 없어 시늉만 내던 일을 과감히 실시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큰 개혁들이다.

그러나 이 많은 개혁들이 몇가지 부작용 때문에 그 효과가 그늘에 가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우선 공직사회의 윗물이 맑아졌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중하위직 공직자들이 정화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국민이 식품보건 위생, 소방, 건축안전, 교통불편 같은 일상생활의 불안이 아직도 이곳 저곳에 널려 있기 때문에 위로부터의 개혁이 일반 국민 개개인에게는 남의 얘기처럼 느껴지는 것이라 하겠다.

개혁은 그 결과로 우리 경제·사회에 후진체제가 완전히 정리되고, 선진국형체제가 완비됐을 때, 그리고 이것을 대다수 국민과 기업들이 인정할 때 비로소 완결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럴려면 지금까지 개혁이 위로부터 총론적 대강(大綱)을 미래지향적으로 바꾸는 데 노력한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각론단계로 들어가 국민이나 기업이 피부에 와닿는 조치들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다만 민생 개혁을 추진하는 데 몇가지 준칙이 필요하다.

민생개혁이 개혁의 본질

첫째, 개혁성과에 대한 벤치마킹을 하고 이에 따라 실행해야 한다. 마치 최근 몇년간 기업들이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하여 살아남기 위한 리엔지니어링을 실시할 때 벤치마킹을 한 것과 이치가 같다 하겠다. 다만 벤치마킹을 할 때 주의 해야 할 점이 있다.

개혁이 목표로 하는 선진체제의 수준이 미래의 선진국 수준과 맞먹을 정도의 수준이 돼야 한다.

둘째, 민생개혁이니만큼 영향을 받는 범위가 넓을 것이며 그에 따라 이해관계층도 복잡하게 얽히기 쉽다. 따라서 민생개혁 과제들은 단기간에 개혁결과를 추구하지 말고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약 분쟁, 화물자동차 영업지역제한철폐 등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이라도 희망하는 것들이 공급자, 즉 기득계층의 이해와 얽혀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민생현안들은 덮어버리기보다는 꾸준히 장기계획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고질적 민생관련분야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개혁과제들에 대해서는 분야별로 ‘민생개혁 5개년 계획’ 같은 것을 만들어 놓으면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되리라 본다.

셋째, 민생개혁은 정부 또는 개혁대상이 되는 제도와 관행에 의해 반사이익을 향유했던 계층으로부터 주도돼야 한다. 분명 현정부의 개혁은 이번 비자금 사건에서도 보듯이 많은 효과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음에 틀림없다.

깨끗한 선거풍토 조성이나 정경유착의 고리단절 같은 개혁효과가 차제에 더욱 알려져야함은 물론이고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도 ‘끊임없이 개혁하는 정부’라는 이미지를 심어 나가는 것이 향후 제1과제라 하겠다.

개혁성과가 올바로 알려질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또한 그 신뢰를 바탕으로 개혁에 더욱 탄력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개혁에 관한 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에 알려야만 지속성이 보장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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