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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예쁜 딸을 낳는다’
| 낙서장
(전체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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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6 1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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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korea.kr/app/log/moleg/4051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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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송편을 빚다 보면 자연스레 누구의 송편이 더 예쁜지를 가리게 된다. 사촌 언니, 동생들과 함께 서로 실력을 뽐내다가 승패가 나지 않으면 할머니께 심사를 부탁 드리고 상은 오직 박수뿐인 친목도모 송편대회를 연다. 결국 할머니께선 모두에게 공동1등을 주시곤 했지만 우리는 해마다 더 예쁜 송편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했던 기억이다. 그렇게 최선을 다했던 이유 중 하나는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하는 옛말 때문이었다.
내가 빚는 송편은 크지도 작지도 않아 한입에 넣기 좋으며 반달보다는 날씬한 눈썹모양에 가깝다. 어릴 적 어머니 송편을 따라 만들었으니 어머니, 언니는 말할 것도 없고 할머니까지도 우리집안은 한결 같이 이런 모양의 송편을 빚어왔다. 늘 그 모양새로 만들었으니 20년이 넘도록 나는 이것이 최고로 예쁜 송편모양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궁중의 고임 음식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여럿이서 송편을 빚다가 내 송편이 너무 크고 뚱뚱하단 소릴 듣게 됐다. 내가 보기엔 뿌듯할 만큼 잘 빚은 모양인데 내 송편을 구박하던 연구원선생님의 송편 옆에 있으니 정말로 못난이가 따로 없었다. 알고 보니 서울에선 밤알보다 아담하고 버선코처럼 양끝을 살려 빚어야 예쁜 송편 이라는 거다. 친가는 경기도, 외가는 인천인 내가 경기도식으로 만들어 놓은 송편을 서울깍쟁이 송편 옆에 두었더니 아무래도 그 모양이 투박해 뵈는 게였다.
가까운 서울 경기 지간에도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팔도에서 만드는 송편모양이 가지각색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강원도에선 소를 넣고 타원으로 뭉툭하게 한 후 손가락으로 꾹 눌러 자국을 내 놓으면 예쁜 모양이라 한다. 경상도에선 둥글 납작하게 보름달 모양으로 만들지만 전라도에선 초승달처럼 갸름하게 빚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충청도식은 얄상하게 만들어 몸통에 물결모양으로 코를 잡고 평안도 해안지역에선 조개가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개모양으로 만들어 문양을 낸다.
각 지역별로 많이 나는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송편도 있다. 전라도에선 오색 떡 반죽으로 송편을 만들어 윗부분에 꽃잎 모양을 낸 꽃송편을 만든다. 호박과 오미자, 검은콩, 마, 연잎으로 황, 적, 흑, 백, 녹의 오방색을 만들어 송편을 꾸며낸 것이다. 충청도에선 찐 단호박을 물 대신 넣고 반죽하여 노란 빛이 청아한 호박송편을 빚는다. 또 도토리와 감자가 흔한 강원도에선 도토리송편과 감자송편을 만든다.
이렇게 송편이 종종색색(種種色色)이다 보니 예쁜 송편을 만들려면 우리동네 방식을 따라야 할지 시집갈 동네 취향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다. 송편 하나 빚는데도 이런 어려움이 있는 걸 보니 송편을 잘 빚으면 좋은 신랑 만나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에 숨은 뜻이 있는 건 아닐까? 혹시 팔도의 송편처럼 가지각색인 사람을 현명하게 잘 다듬고 어루만질 수 있는 처자가 다복하게 잘 산다는 말을 이렇게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김은아 칼럼니스트 eunahstyle@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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