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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암표 근절 위해 51년 만에 세운 방패

2024.03.31 하박국 인디 레코드 레이블 영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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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박국 인디 레코드 레이블 영기획 대표
하박국 인디 레코드 레이블 영기획 대표

21세기 문화/예술계에서 가장 유행한 은어는 ‘플미’ 아닐까. ‘플미’는 프리미엄의 줄임말로 명품, LP, 신발 등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제품을 웃돈 주고 구입하는 행태를 뜻한다. 그중에서도 ‘플미’가 가장 극성을 부리는 분야는 공연계다. 암표라는 형태로 오랫동안 존재했던 ‘플미’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공연을 보려는 이의 수요가 늘며 덩달아 늘고 있다. 공연 예매가 온라인으로 전환된 후 반복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티켓을 대량 구입 하는 ‘매크로’ 수법 또한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공급이 한정된 티켓을 프로그램을 이용해 매점매석한 후 폭리를 취하는 거다. 

음반을 팔고 공연을 만드는 이로써 직접 음반과 공연을 만들지 않은 이가 프로그램을 돌려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게 마음이 편할리 없다. 무엇보다 화나는 건 음악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보려는 팬이 공연을 볼 수 없거나 제값보다 비싼 가격에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연은 마음의 비즈니스다. 음악가와 팬이 한 장소에 같은 시간에 모여 음악을 매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공연 기획자는 오직 이 한 순간을 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공연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늘 고민하고 노력한다. 이를 누군가 클릭 몇 번으로 망치고 부당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마음의 비즈니스이기에 제지도 쉽지 않다. 팬 사이에서 수요를 없애기 위해 ‘플미’ 티켓 불매 운동을 자발적으로 하기도 한다. 하지만 웃돈을 주고서라도 좋아하는 음악가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그 마음을 알기에 부정거래로 티켓을 구입한 팬을 마냥 제지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장범준은 계획된 콘서트를 취소하기도 했다. 팬클럽만을 대상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음악가도 있다. 어떤 방법도 음악가와 팬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며 암표를 완벽하게 막기 쉽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방법으로 법과 제도가 필요한 이유다.

암표 불법 거래를 처벌하기 위한 법은 1973년에 제정된 ‘경범죄 처벌법’이 유일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암표 매매에 2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다. 단서에서 알 수 있듯 오프라인 매표소에서 예매하던 시절의 법이다. 당연히 온라인으로 활동 구역을 옮긴 암표를 단속하고 처벌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다행히도 얼마 전 51년 만에 공연법이 개정됐다. 3월 22일부터 매크로를 이용해 구입한 티켓에 웃돈을 받고 판매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 담당 기관인 문체부에서는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와 협조 체계를 강화해 상습, 반복적인 암표 판매 행위를 단속하고 위반 행위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연법 개정에 발맞춰 각 예매 사이트에 신고하던 불편을 없애기 위해 통한 신고 웹사이트도 열렸다. 웹사이트에 적힌 ‘암표는 사회적 악!’이라는 문구가 꽤 비장해 보인다. 공연 성수기에는 암표 신고 장려 기간도 운영할 예정이다. 그 기간 암표 의심 사례를 신고할 경우 신고자에게 문화상품권과 같은 소정의 사례를 제공한다고 한다. 

가장 반가운 부분은 암표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지속해서 열어 민관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이다. 공연 시장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세세한 내막을 알기 어렵다. 마음의 비즈니스인 만큼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관에서 이를 잘 아는 현장의 말을 귀담아 듣겠다는 의지로 보여 무척 반갑다. 

공연법 개정이 모든 암표를 근절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제 겨우 방패 하나를 세웠을 뿐이다. 암표라는 이름의 창은 언제라도 허점을 찾아 은밀한 거래를 시도할 것이다. 지금도 매크로 의심을 피하고자 ‘아옮(아이디 옮기기)’를 하거나 ‘댈티(대리 티케팅)’같은 방법을 쓸 경우 적발이 쉽지 않다. 개정된 법의 초점이 부정거래에 맞춰있어 매크로 사용 자체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쉽다. 비단 티켓 예매 뿐 아니라 게임, 커뮤니티, SNS 등 온갖 곳에서 정당하지 못한 매크로 이용으로 다양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업계의 노력에 제도가 힘을 실어준다면 더 빠르게 근절 가능하지 않을까. 

모쪼록 음악과 공연을 좋아하는 많은 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고 제대로 보상받기를 바란다.

글쓴이/ 하박국 인디 레코드 레이블 영기획 (YOUNG,GIFTED&WACK Records) 대표

인디 레코드 레이블 영기획을 운영하며 패션지, 신문, 스트리밍 서비스 등 여러 매체에 음악 글을 써왔다. 최근에는 음악 유튜브 채널 하투리(How To Listen), 인터뷰 비디오 팟캐스트 음이온 라디오, 인디 음악가의 성장을 돕는 뉴스레터 윌슨레터 등 다양한 형태로 좋은 음악을 하는 음악가와 청자가 만나는 일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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