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에서 주문하면 음식이 막 두 그릇씩 나와…. 젊은 사람들은 편한데 우리는 누르는 게 불편해.”
“요즘은 애들이랑 같이 사는 시대도 아니라 하나하나 물어보기도 그래. 몇 번 알려달라고 하니까 짜증 내더라고…. 애들은 순식간에 하던데 나는 왜 이리 어렵던지.”
“키오스크 사용이 어렵다”라는 한 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60대 중후반 네 분이 공감의 목소리를 더했다. 뉴스로 접하던 ‘디지털 격차 문제’를 현실에서 마주한 순간이었다. 동시에 메신저로 사진 보내기, 택시 앱에서 결제 수단 설정하기 등을 여러 차례 묻던 엄마가 떠올랐다. 정말 우리 부모님들에게 디지털은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 똑똑하지만 불편한 디지털?
“디지털이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니라 아날로그 세대는 이것들이 익숙지 않아서 그래요.”
키오스크를 실제처럼 연습할 수 있다고 하여 방문한 디지털 배움터 매니저가 넌지시 한 마디를 전했다. 누구나 디지털 상황을 여러 차례 경험한다면 그 기기나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키오스크 에뮬레이터는 고령층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에뮬레이터에는 카페, 마트 무인 계산대 결제부터 KTX와 고속버스 예매, 은행 ATM 등 화면이 그대로 담겼다.
난생처음 해본다며 망설이는 분부터 “이제 카드 넣으면 되는 거야?”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던 분까지. 키오스크 에뮬레이터를 경험한 이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끝까지 해내겠다’라는 마음은 모두 같았다. 이곳에는 시간제한도, 재촉하는 이도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모르는 것을 물으면 친절히 답해주는 디지털 배움터 매니저가 있다. 이처럼 디지털 제품을 직접 체험하고, 그 사용법을 익히는 ‘디지털 체험존’은 디지털 배움터의 대표 공간이다.
디지털 배움터 내에는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해피테이블, 스마트 미러 등 최신 디지털 기기로 가득했다. 20대인 나에게도 새로운 기술이 많았다. 그러나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외형을 띄었을 뿐 그 안에는 고스톱, 장기, 바둑 등 우리에게 익숙한 놀이가 담겼다. “방문자들이 디지털 기기와 익숙해지도록 곳곳에 최신 기기를 두었다”라는 디지털 배움터 매니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 모두를 위한 디지털 배움터
‘기술은 도구일 뿐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디지털 배움터를 구경하며 든 생각이다. 동시에 사정상 디지털 배움터에 오지 못하는 분들이 떠올랐다. ‘이곳에 와서 익힐 시간이 없는 분들은 계속 디지털 교육에서 소외될까?’라는 걱정에서였다. 이는 나만의 우려는 아니었던 듯하다.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배움터 거점센터를 지정하고, ‘찾아가는 교육’ 프로그램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거점센터는 복지관, 경로당 등 전국 3,000개소를 방문해 맞춤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온라인 디지털 배움터’도 디지털 소외 계층을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 교육 특성 상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디지털 서비스를 연습할 수 있다. ‘스마트기기 활용 교육’은 온라인 배움터 대표 콘텐츠다. 이는 “내가 왜 택시 타기까지 연습해야 해”라는 불만도 잠시, 엄마가 30여 분간 휴대전화를 꼭 붙잡도록 했다.
교육에 접속하면 식당, 병원, 쇼핑 등 택시와 관련한 어플리케이션을 옮겨 놓은 듯한 화면이 이용자를 맞이한다. 회원가입부터 카드 등록, 결제 등 각 단계를 차근차근 학습할 수 있다. 이 모든 게 무료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친절하다. 스마트기기 활용교육 서비스가 더욱 알려지길 바라는 이유다.
온라인 디지털 배움터에서는 교육 콘텐츠 시청, 디지털 역량 진단도 가능하다. 혹시 온라인 학습 중 어려움이 있다면 거주지 근처 디지털 배움터에 방문하면 된다. 일대일로 도움을 제공하는 헬프데스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롯데리아 매장 키오스크를 실제로 체험하는 ‘디지털 마실’ 프로그램 운영 지역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디지털 배움터 첫 개소 이후 287만 명이 디지털 역량교육에 참여했다고 한다. 디지털 배움터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열정으로 가득했다. 비록 느리더라도 안내에 따라 키오스크에서 상품을 주문했고, AI와의 바둑 대전을 낯설어하지 않았다. 특히, 네 컷 사진 부스에서 머리띠와 가발을 쓰며 사진을 찍던 어르신의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모두가 디지털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교육이 더 확대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