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생생함을 전해드리기 위해 선수권 대회가 열린 경기 의정부를 직접 찾아 경기를 관람해 봤습니다.
이번 의정부에서 열린 대회의 정식 명칭은 2025 세계 여자컬링 선수권대회로 '2025 LGT 대회'라고도 불립니다.
대회 기간은 3월 15일부터 23일까지로 의정부 실내 빙상장에서 개최됐는데요.
13개국 104명의 선수가 참여했습니다.
대회가 열렸던 의정부 체육관 주변.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늦은 시간에도 다수의 자원봉사자와 진행요원이 안내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번 대회가 유독 주목을 받았던 두 가지 이유는 이번 2025 LGT 대회가 내년 열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위한 마지막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경기라는 것과, 2009년 대한민국 강릉에서 개최된 이후 16년 만에 국내에서 개최된 여자 컬링대회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가지 흥미로운 관전 요소를 기억하며 경기가 열렸던 의정부로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제가 경기를 방문했던 날은 3월 18일 화요일이었습니다.
우리 국가대표의 경기를 관람하고 싶었지만, 개인 일정으로 정오가 아닌 저녁 경기 시간 대 방문하게 되어 우리나라를 제외한 8개국의 경기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이날 오전과 정오에 경기를 치러 저녁 시간에는 휴식을 취하는 일정이었다고 합니다.
경기가 열렸던 의정부 체육관의 외관. 대회장 옆 건물인 의정부 컬링 경기장도 인상적이었다.
어둠이 내린 시간, 경기 관람을 위해 방문한 의정부 체육관 주변은 생각보다 한가했습니다.
방문객을 안내하는 자원봉사자와 경기 관람을 위해 경기장을 찾은 지역 주민 일부만 만날 수 있었는데요.
안내를 담당했던 한 자원봉사자는 우리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있을 때는 수백 명의 관람객이 경기장을 찾지만, 이날 저녁 시간에는 우리 대표팀의 경기가 없어 한가한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좋은 기운을 이어받아 경기장을 방문했던 날까지 라운드로빈 5연승을 달리고 잠시 숨을 고른 상황이었습니다.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한 경기장 내부도 역시 한가한 편이어서 굉장히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장 주변에는 푸드트럭과 미니 게임존, 후원사 공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은 실내 체육관 우측 미니 컬링 게임장의 모습.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가 없는데도 왜 경기장을 찾냐는 질문은 금물!
저도 이날까지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기만 보러 다녔는데, 우리 선수들의 경기가 없는 날 방문했더니 의외의 재미 몇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우선 가장 큰 즐거움은 마음 편안히 경기 관람이 가능했다는 것!
우리 대표팀의 경기를 관람할 때면 같이 긴장한 채 경기를 관람하게 되는데요.
이날은 정말 편안하게 여러 국가의 경기를 관람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여유 있게 관람하다 보니 평소에 보지 못했던 컬링 경기의 다양한 스킬과 각 국가 선수의 특징들도 눈에 들어왔는데 이게 또 쏠쏠한 재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경기가 열리지 않는 시간이라도 선수들이 쉬는 것은 아니었는데요.
우리 태극마크를 단 선수 및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각국 선수들과 기술 관련 직원들이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촬영하고, 분석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현장 취재에서 표를 구하지 못해 아쉽게 관람하지 못했던 여자 컬링 경기였기에 더더욱 즐거운 관람이 가능했던 이번 의정부 여자 세계 선수권 대회였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컬링 경기는 '하우스'라고 불리는 원 안에 많은 스톤을 넣어서 점수를 많이 획득한 팀이 승리하는 경기로 정 중앙에서 가장 가까운 컬링을 기준으로 0점에서 9점까지 득점이 가능한 게임입니다.
경기 시작 전 해당 국가(國家)에 대한 소개와 국가(國歌) 제창이 진행됐다. 관객들은 함께 일어나 대회에 참가한 국가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서양에서는 얼음 위의 체스라고 불릴 만큼 고도의 테크닉과 지능이 필요한 게임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관람한 이날 역시 하우스 안에 스톤이 쌓이면 쌓일수록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진지하게 대화하고 묘기에 가까운 드로우 샷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TV로 경기를 볼 때는 스톤을 던지는 곳과 하우스가 꽤 가까워 보였는데 현장에서 직접 보니 굉장히 멀게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네 곳의 경기장, 여덟 국의 경기가 동시에 펼쳐졌다. 관중의 응원 소리, 선수들의 외침, 기타 주변 소음이 많아도 선수들은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며 멋진 샷을 보여줬다.
저렇게 먼 거리를 계산해서 던지는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던 컬링 경기.
1점이라도 획득할지, 상대 스톤을 아예 밀어내서 블랭크 앤드 (0점으로 세트를 끝내고 다음경기 후공을 가져가는 방법)로 끝낼지 비슷한 상황에서도 정말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오는 것을 보니 얼음 위의 체스라고 불릴만하죠?!
컬링의 묘미는 아무래도 하우스에 가득 찬 스톤들과 선수들의 두뇌 싸움이 아닐까? 하우스에 스톤이 쌓일수록 선수들의 대화는 길어졌다.
지난 23일로 종료된 2025 여자컬링 세계선수권 대회는 캐나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16년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대회 최고 기록인 우승에 도전했던 우리 선수들은 준결승에서 캐나다와 3, 4위 결정전을 치르고 중국에 패하며 4위에 머물렀답니다.
아직 1달 전 하얼빈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예선전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아쉽게 3위안에 들지 못한 우리 대표팀이지만, 이번 경기 포인트로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출전을 확정 지었습니다.
약 1년의 남은 기간동안 충분한 휴식과 많은 연습을 통해 세계의 축제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길 바라봅니다.
과거 동계 스포츠의 단골 개최 도시인 강원도에서 벗어나 의정부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이번 여자 세계 컬링 선수권 대회는 손익분기를 넘어선 것은 물론,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며 선수들의 역량 및 스포츠 인프라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렸다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아직 국민이 모두 즐기는 기초 체육 수준의 인프라는 조금 부족하지만, 굵직한 세계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각 종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다 보면 우리나라 역시 뿌리부터 튼튼한 진정한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 잡게 되지 않을까요?
의정부에서 펼쳐진 미리 보는 동계 올림픽 여자컬링 세계 선수권 대회!
다가올 2026년 2월부터 열릴 밀라노 동계올림픽과 우리 대표팀에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리며, 저 역시 앞으로도 현장의 생생함을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의정부 체육관에서 열린 2025 여자 컬링 세계 선수권대회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